과학사 및 과학철학 (History and Philosophy of Science and Technology)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과정에서는 “과학사 없는 과학철학은 공허하고 과학철학 없는 과학사는 맹목적”이라는 불가분적 관계에 대한 인식에 근거해 두 분야를 융합시켜 과학기술에 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하고 그 해답을 탐구해내는 학문적 역량을 배양한다.
과학사의 경우 그동안 우리는 과학을 딱딱한 수식과 전문용어로 접근하였을 뿐, ‘역사적 산물’로 학습할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과학을 한 시대의 사상& 제도& 문화의 일부로서 과학자와 대중에 의해 산출된 지식으로 폭넓게 정의하고 그 역사적 맥락을 연구한다. 예컨대, 과학은 특정한 시기의 사회적 요구가 있었고 어떤 과학자집단의 문제의식과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으며 대학이나 학회, 연구소 등의 제도적 뒷받침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 그리고 대중의 지속적 관심 하에서 새로운 이론을 내놓고 발전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과학이 생성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사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밝혀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과학-사회-문화간의 상호관계를 유기적으로 통시함으로써 미래에 우리 과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한편 과학철학을 통해서는 과학적 지식과 정보가 팽창하고 급속히 소통되는 현실 속에서, 과학기술을 원론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종합하는 철학적 비판능력을 고양시키고자 한다.
최근 과학기술의 본성에 대한 이해는 모든 분야의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필수적 교양으로 자리잡아가는 추세에 있다.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과정은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동승해, 좁게는 한국사회, 넓게는 인류공동체가 과연 어떻게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발전시키고 활용해야 하는가라는 원천적 응답을 추구해 나아가고자 한다.
과학사회학 (Sociology of Science and Technology)
과학사회학의 학술적 기원은 과학의 제도적 측면을 강조했던 머튼의 제도주의 과학사회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과학지식도 지식사회학의 대상으로 삼을 것을 주창한 과학지식사회학(SSK)의 등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시에 1960년대 이래 환경문제, 기술위험문제, 전쟁무기 등에서 빚어지는 과학의 이중성이 본격화되면서 과학이 펼쳐 보일 장밋빛 미래에 대한 환상이 사그라지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성찰과 실천의 필요성이 더불어 증가했는데, 과학기술사회학의 형성과 성장은 이런 시대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의 양면성은 더욱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사회의 관계에 대한 총체적 이해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바, 이는 전통적인 과학/사회의 이분법에 기초한 ‘테크노필리아’(기술애호)나 ‘테크노포비아’(기술공포)적 접근의 한계를 시사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의 사례로 ‘공진화’와 ‘공동생산’이라는 개념을 예거할 수 있다. 이 개념은 과학과 사회가 밀접한 관계를 맺을 뿐만 아니라 함께 ‘구성’되고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는 과학과 인문학으로 대별되는 ‘두 문화’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일 뿐 아니라 과학과 사회의 바람직한 관계정립을 위한 실천적 방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다.
현재, 과학기술사회학은 국내외에서 학술적으로 제도화되어 가는 동시에 보다 폭넓은 주제를 다루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통과 관점들을 도입해 성숙해 나아가고 있다. 인생주기에 비유하자면 이제 성년기에 들어서고 있는 셈이다. 과학기술사회학은 과학지식과 기술의 사회적 구성에 대한 사례연구 및 이론화를 위한 그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문화 및 성(gender)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탈식민주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 등으로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과학관리학 (Policy and Management of Science and Technology)
과학기술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심 요소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점차 국가와 기업계에서 과학기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공공 및 민간영역에서의 문제를 다루는 사회과학의 전통적 관점에서 과학기술은 국가와 기업의 정책 또는 경영활동의 외부적 요소로서 간주되어 왔다. 그 결과 과학기술이 활용되는 시스템 내부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과학기술과 국가 또는 기업의 발전을 연관짓는 선형적 사고가 정책 및 경영활동의 핵심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유사한 과학기술 활동을 수행하는 국가와 기업이 서로 다른 결과를 일으키는 탈구현상이 관망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차츰 특별한 성과를 창출하는 시스템의 내재적 특성에 맞추어졌다. 그 결과 어떠한 국가시스템, 조직체계 또는 정책과 전략이 특정한 국가와 기업에서 과학기술의 변화를 촉진하는가, 이를 통해 어떻게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개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학기술이 국가와 기업과 같은 시스템 내부에 존재하는 요소로 인식됨에 따라 시스템의 다른 구성요소들과 과학기술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었고, 연후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 및 기업 차원에서의 관리와 경영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과학관리학은 이러한 배경과 필요성에 따라 과학기술을 과학기술자의 영역으로 제한하지 않고 국가와 기업의 정책 및 경영활동의 영역으로 확장하여 다루는 접근방식을 취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국가 단위에서 과학기술의 혁신에 효율적인 시스템을 설계하고 과학기술정책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에서 과학기술이 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과 영향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에서 기업과 같은 조직의 기술혁신을 위한 전략을 구성하고 적절한 조직체계를 설계하는 것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이 포함된다. 이러한 영역은 일반적으로 과학기술정책, 산업정책 그리고 기술경영으로 분류되는데, 그들은 주로 행정학 또는 경영학적 방법론에 입각해 논의된다.
과학언론학 (Communication and Journalism on Science and Technology)
바야흐로 과학기술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생명공학이나, 정보통신공학과 관련된 기사들이 신문의 머리기사를 장식하는 것도 이젠 그리 낯설지 않으며, 각종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상업 광고에서도 과학기술과 관련된 내용들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다. 이런 전통적인 매체를 통해 노출되는 과학기술과 대중의 커뮤니케이션은 과학언론학의 일차적 대상이 된다. 초기의 과학언론학은 어렵고 전문적인 과학기 의 내용을 어떻게 쉽게 제대로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의 확대되고 강조됨에 따라, 과학기술을 둘러싼 커뮤니케이션 현상은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어가고 있어 과학언론학의 학문적 영역이 날로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과학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대중과 과학기술자 집단의 일방적 소통이 아니라, 다양한 집단 내―집단 간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정책결정자나 산업과 관련된 이해당사자 등이 개입된 복합적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현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과 대중의 통로가 되는 매체도 신문, 잡지 뿐 아니라, 뉴미디어, 상업광고, 공상과학 소설이나 만화, SF 영화, 박람회나 산업전시회, 과학관이나 자연사 박물관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매체기술(media technology)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새로운 매체기술의 도입과 그것이 미치는 영향은 당대의 사회정치적인 요소나 문화적인 요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과학기술을 사회학, 인류학, 기호학, 페미니스트이론 등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적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요구가 날로 증대되고 있다.